2025. 10. 19. 19:26ㆍ카테고리 없음
헝가리는 부다페스트라는 찬란한 수도 외에도 수많은 소도시들이 독자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헝가리의 진면목은 때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조용한 소도시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헝가리의 대표적인 3대 소도시인 에게르(Eger), 센텐드레(Szentendre), 피치(Pécs)를 소개합니다. 각 도시마다 독특한 역사, 문화, 건축,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있으며, 헝가리의 다양한 면모를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한 여행지입니다. 단기 일정에서도 쉽게 다녀올 수 있어 유럽 자유여행 루트에 넣기에도 적합합니다.
헝가리 소도시 에게르 - 와인, 온천, 중세 역사가 조화를 이루는 북부 도시
에게르는 헝가리 북부에 위치한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형성된 깊은 역사와 중세 건축, 그리고 풍부한 와인 문화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불의 황소 와인” (Egri Bikavér)이라는 독특한 레드 와인의 고장으로, 유럽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꼭 방문해야 할 와인 도시로 손꼽힙니다. 도시 중심에 자리한 에게르 성(Egri Vár)은 1552년 오스만 제국의 침공을 막아낸 영웅적인 전투의 무대로, 지금도 당시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성 내부는 박물관, 갤러리,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성벽 위에 올라 도시 전경을 바라보면 마치 중세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에게르 시청 앞에 위치한 광장과 바로크 양식의 성 안나 성당, 화려한 공공 목욕탕도 꼭 둘러볼 만합니다.
또한, 에게르는 온천 도시로서의 명성도 높습니다. 18세기 오스만 제국이 남긴 터키식 온천탕이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으며, 이슬람 건축 양식과 함께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현대식 Aqua Park도 추천할 만한 장소입니다. 마지막으로 놓칠 수 없는 장소는 바로 ‘사랑의 계곡(Szépasszony-völgy)’, 즉 ‘아름다운 여성의 계곡’이라 불리는 와인 셀러 거리입니다. 30여 개 이상의 와인 저장고가 줄지어 있으며, 대부분 무료 시음을 제공하고 있어 현지인처럼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하루 이상 머물며 시음 투어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센텐드레 - 예술 감성과 전통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다뉴브 강변 마을
센텐드레는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예술의 도시로, 기차나 자동차로 약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다뉴브 강을 따라 펼쳐진 이 마을은 헝가리 내에서도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며, 중세 유럽의 감성과 현대 예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센텐드레는 오랫동안 다양한 민족과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던 도시로, 현재도 수많은 화랑, 공방, 예술 전시관, 수공예 상점 등이 구시가 중심부에 밀집해 있습니다. 특히 마인티 미하이 미술관(Kmetty János Museum), 페렌치 미술관(Ferenczy Museum) 등은 헝가리 현대미술의 주요 거점으로, 예술 애호가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입니다.
또한 이 도시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거리 풍경입니다. 울퉁불퉁한 자갈길,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의 건물, 골목 사이사이 펼쳐진 작은 성당들은 걷기만 해도 그림엽서 같은 장면을 연출해 줍니다. 세르비아 정교회 문화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어 다른 유럽 도시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건축 양식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센텐드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는 바로 마르지판 박물관입니다. 수백 가지의 정교한 마르지판 조형물과 실제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관으로,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마르지판으로 만든 동화 속 캐릭터, 유명 건축물, 유명 인사들의 조각상은 놀라울 정도의 정밀함을 자랑합니다. 여유로운 오후, 다뉴브 강변에서 커피 한 잔 또는 지역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석양을 바라보는 시간은 센텐드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운 이 마을은 감성 여행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여행지입니다.
헝가리 여행 명소 피치 - 고대 로마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남부의 문화도시
피치(Pécs)는 헝가리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연중 대부분 온화한 날씨를 자랑합니다. 헝가리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는 도시 중 하나로, 로마 제국, 오스만 제국, 중세 유럽, 현대 헝가리까지 각 시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입니다. 피치의 중심지에는 세체니 광장(Széchenyi tér)이 위치하며, 이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건축물과 문화유산이 펼쳐집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오스만 제국 시절 지어진 가지 하산 파샤 모스크(Gázi Kászim Pasa Mosque)가 있으며, 현재는 가톨릭 성당으로 사용되지만 외형은 여전히 이슬람 사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매우 독특합니다.
또한 피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초기 기독교 지하묘지(Cella Septichora)를 보유하고 있으며, 로마시대의 벽화와 석관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고대 로마인들의 장례문화와 기독교 초기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피치는 예술과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피치 대학교(University of Pécs)는 헝가리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로, 도시 곳곳에서 젊고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직조예술박물관(Zsolnay Cultural Quarter)은 헝가리의 전통 도자기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도자기 체험, 전시, 쇼핑까지 모두 가능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더불어 피치는 음식과 카페 문화도 잘 발달되어 있어, 현지식과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와인 애호가라면 피치 근교의 비야(Villány) 지역까지 확장해 와이너리 투어를 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이 지역은 헝가리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고급 레드 와인으로 세계적으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에게르, 센텐드레, 피치는 각각의 개성과 문화, 역사적 배경을 가진 헝가리의 소도시입니다. 와인과 중세의 흔적이 어우러진 에게르, 예술과 감성이 가득한 센텐드레, 그리고 문화의 용광로이자 유네스코 유산의 도시 피치는 깊이 있는 여행 경험을 선사합니다. 부다페스트만 보고 떠나는 헝가리 여행은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일정을 비워 이 소도시들을 방문해 보시면 진짜 헝가리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